절제된 균열 - 프랙처 제작 과정
플레이어 여러분, 안녕하세요. 발로란트 맵 기획자 조 랜스퍼드입니다. 프랙처가 출시되었으니 맵 팀에서 제작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발로란트에서는 다양한 무기와 스킬이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에 각각 대응하는 이상적인 상황을 일일이 수용하는 맵을 만들기보다는 각 맵을 구체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철학으로 맵을 기획합니다. 맵을 만들 때는 언제나 신선한 매력을 지니고 플레이어에게 독특한 도전을 선사하는 맵을 목표로 합니다.
프랙처를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오늘은 맵 팀의 리드 아티스트인 브라이언 얌 님과 함께 프랙처 제작 과정을 자세히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균열의 시작 - 기획을 위한 질문
지금쯤이면 프랙처를 기획할 때 ‘공격팀이 맵 양쪽에서 수비팀을 압박할 수 있으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아마 들어보셨을 텐데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H형 구조와 집라인, 4개의 궁극기 구슬, 사분면 등 프랙처의 모든 특징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전략적 측면에서 새로운 요소가 많은 만큼 순간순간의 총격전에 지나치게 생소한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았으니 맵에서 어느 정도의 익숙함이 느껴지셨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H형 구조가 어떠한 상황을 만들어낼지 불확실해서 만족스러운 형태를 찾기까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재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맵의 원래 모습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당시의 형태에서는 수비팀이 다른 스파이크 지점으로 이동 배치할 때 수비팀 진영 시작 지점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경로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A 복도 및 A 문 지역을 통과하는 접근로는 상하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매우 복잡했으며 (A 지점으로 뛰어내리는 길도 이쪽 편에 있었습니다) 스파이크 지점이 완전히 달랐을 뿐만 아니라 집라인과 평행으로 나 있는 길, 더 넓은 맵 등 차이점이 많았습니다. 바뀌지 않은 부분은 B 지점 아래의 터널이 거의 유일한 듯합니다!
하지만 맵의 토대는 잡혀 있었습니다. 팀은 맵의 잠재력을 높이 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돌파구를 찾게 되었습니다. 수비팀이 이동 배치할 때 수비팀 진영 시작 지점을 더 안전하게 가로지를 수 있도록 길을 추가했습니다(돌이켜 보니 너무나 간단한 답이 있는 문제였습니다). 수비팀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이동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경사항이었죠. 이전 버전에서는 공격팀이 스파이크 설치 후 수비팀을 시작 지점에 가둬둘 수 있을 만큼 스킬이 많이 남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는 수비팀 진영 건물이 모양을 갖춰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두 스파이크 지점이 오늘날의 모습에 더 가까워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레이박스 단계인데도 초안 상태의 테마가 적용된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때는 아래 미니맵에 나와 있는 대로 집라인을 추가해보기도 했습니다. 오락실과 안테나 구역을 연결하는 집라인과 공격팀을 위해 맵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수비팀 구역의 문제를 해결한 후에는 중립 구역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했습니다. 위 미니맵에서 보이듯 지금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이후 여러 번 재작업을 거치며 중립 구역을 속도감이 적당하고 수비팀이 탐낼 만한 공간으로 만들어서 진격 후 측면 공격을 펼치거나 탈환의 거점으로 사용하는 등 수비팀을 위한 선택지가 생기기를 바랐습니다.
중립 구역 중 안테나는 사실 A 지점의 배경을 사막으로 결정한 후 살펴보던 참고용 컨셉 아트에 착안해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사막에 고장 난 레이더 안테나가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어떻게든 게임플레이와 문제없이 어우러지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원래는 더 복잡하고 트인 공간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여러 차례의 세부 조정을 거치기만 하면 됐습니다.
시각적 테마의 경우 멋진 아이디어가 정말 많았지만(저희는 시각적 테마를 제안하는 일을 맵 제작 과정의 백미로 꼽습니다), 나중에 활용할 수도 있으니 비밀에 부치겠습니다. 두 가지 생물군계가 공존하는 맵은 팀 입장에서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엮어 나갈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프랙처는 두 세력이 비밀리에 협력하고 있는데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 세계가 파열된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결국 아트와 게임플레이가 어우러져 발로란트의 세계관에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최초의 게임 내 서사 콘텐츠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무슨 일이? - 기획을 위한 질문
안녕하세요, 맵 팀의 아트 리드인 브라이언 얌입니다. 조 님과 함께 프랙처의 기획 측면을 살펴보셨으니 (그리고 프랙처를 어느 정도 플레이하셨으니) 비슷한 방식으로 시각적 측면의 개발 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기획 제안 단계에서 프랙처의 테마를 처음 구상했을 당시 저희는 세계관 차원에서 갈라져 있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시각적 차원에서도 갈라진 맵을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를 바랐습니다. 플레이어 대부분은 보통 아트와 시각 요소를 통해 맵을 구분하기 때문에 컨셉 팀은 공간이 갈라진 모습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아트 차원에서 중요한 질문은 ‘여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지도록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맵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쪽에 균열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등이었습니다. 또한 아트를 통해 배경 이야기 속 오메가 킹덤의 존재를 암시할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시각적 차원의 개발
아래 그림은 제작 초기에 그레이박스를 참고해 맵 전체 모습을 그린 스케치입니다. 초기 컨셉 아트에서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시각적인 방향을 수립하고자 했습니다.
협곡 위에 자리 잡고 모습이 살짝만 드러나는 과학 시설이 있다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관 속 설정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잘못된 실험으로 탄생한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오메가 구역은 사막 환경, 알파 구역은 수풀이 무성한 환경으로 만들고 양쪽을 갈라놓는 균열을 넣었습니다.
그 결과 따뜻한 배색과 차가운 배색, 사막과 수풀이 시각적으로 대비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각적인 대비는 위치를 신호하고 양쪽의 특징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형의 집’이라고 부르는 컨셉은 보통 제작 초기 ‘푸른 하늘’ 단계(아무런 제약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단계)가 끝나갈 때 수립하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래 이미지는 선입 컨셉 아티스트 시오 아레토스 님이 프랙처를 위해 만든 인형의 집입니다. 고차원적 컨셉 아트인 인형의 집은 모양, 배색,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다음 컨셉 팀은 그레이박스 내 각각의 장소를 위해 구체적인 컨셉 아트를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아트 팀은 맵 기획자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각 장소의 컨셉 아트를 개선해나갑니다.
이때 위에서 내려다본 맵 구조를 확실하게 수립하고자 합니다. 맵의 약도에는 위치 이름과 주요 장소를 보여주는 간단한 컨셉 아트를 첨부합니다.
아래 예시에서 이러한 정보는 3D 아티스트들이 컨셉 아트의 영향을 받은 구성 요소와 윤곽의 모양이 맵에 반영되도록 그레이박스 위에 더 다듬어진 3D 블록아웃을 입히는 초기 아트 블록아웃 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핵심 컨셉 아트
아래 이미지는 프랙처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시각적 느낌을 아트로 담아내는 데 원동력이 되어준 핵심 컨셉 아트의 일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구역(아마 어디인지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의 최종 컨셉 아트이며 3D 아티스트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습니다.
컨셉 아트에서 아트 블록아웃까지
배경 설명부터 드리자면, 컨셉 팀은 최초의 아트 블록아웃 작업에 앞서 컨셉 아트 초안을 완성합니다. 보통 아트 블록아웃을 준비하기 위해 각 구역의 컨셉을 70~75% 정도 완성합니다.
아트 블록아웃은 컨셉 아트를 참고해 건축물과 풍경, 환경 구성 등의 모양을 나타내는 3D 껍데기를 그레이박스 구조에 맞춰 대략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프랙처의 예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레이박스 메시
공격팀 진영 시작 지점 및 안테나 구역 아트 블록아웃
기획 팀과 아트 팀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그 이유는 아트 블록아웃이 시작된 후에도 맵 기획 차원의 변경사항이 생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을 수정하고 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트 제작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아트 제작은 게임플레이 특징과 초기 아트 블록아웃이 대부분 확정되었으니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최종 3D 아트를 완성하는 단계입니다. 최종 아트에는 보통 컨셉 아트의 모습이 담겨있지만, 개선책을 찾은 경우 중간에 변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이 아트만을 보고 배경 이야기를 유추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는데요. 발로란트의 전통대로 프랙처에는 전략가 곰이 몇 개나 있는지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맵에 관한 이야기는... 조 님이 글을 맺으며 말씀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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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여러분이 프랙처의 게임플레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시는지 볼 수 있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제 겨우 메타가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맵 팀 모두 프랙처의 메타가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8번째 맵에 관한 정보는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프랙처에서 볼 수 있는 이메일에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팸함에서 못 찾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